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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감정

아들과의 첫 대면

by 민대표_ 2022.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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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이튿날, 병상에서 남편 어깨에 거의 매달리다시피해서 겨우 겨우 일어났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시간만 족히 10분은 걸린 것 같다. 무통주사와 페인부스터를 달고 있었지만 오른쪽 아랫배 상처 부근이 심하게 아팠다. 잘못 꼬맨 건 아닐까 할 정도로 살갗이 찢어질 듯이 당겼다. 생소한 고통이라 더 괴로웠다. 

그 고통에도 나는 일어나서 걸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신생아실에 있는 우리 아들을 보러 가야 했으니까. 

 

신생아실로 가는 길은 설렘 그 자체였다. 

내 뱃속에 있던 아기가 이 세상에 나와 숨쉬고 있다니, 여전히 실감이 나질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신생아실 면회는 하루에 두 번만 가능했고, 그마저도 신생아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아이를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미리 면회 신청을 해놓은 우리는 시간 맞춰 신생아실로 향했다. 수액과 무통주사를 꽂은 링거 거치대를 밀며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조심스레 내딛으며 병실인 5층에서 신생아실이 있는 2층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어찌나 그 시간이 기나길게 느껴지던지. 

 

신생아실에 도착하니 간호사가 팔찌를 보여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팔찌에 쓰인 산모와 아이 이름을 확인하고, 아이를 유리창 앞으로 데리고 온다. 내 팔에 차여있는 팔찌와 아들의 발목을 감싸고 있는 발찌가 우리를 이어주는 증표인 셈이다.

 

아들이 왔다. 저 멀리 플라스틱 바구니 틈속에 있어 보이지조차 않았던 아이가 점점 내게로 다가왔다. 가까이 올수록 내 눈엔 눈물이 차올랐다. 믿기지 않았다. 내 뱃속에서 나온 아이라니.이렇게 예쁜 아이가 내 아이라니. 

만져보지도, 안아보지도 못했다. 그저 창밖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눈물이 쉴새없이 흘렀다. 정말 너무 작았다. 영상으로는 크기를 체감할 수 없었다. 3.12kg의 몸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전혀 가늠을 못 했던 것 같다. 얼굴은 주먹보다 다 조그맣고 몸도 너무 가녀렸다. 거의 오열하다시피 하며 "어떡해. 너무 쪼끄매"란 말만 연신 내뱉었다. 인간이라기보다는 미약하고 연약한 생명체같았다. 

 

아이는 울고 있었다. 우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서도 안아주지 못해 그저 미안했다. 엄마가 바로 앞에 있는데 안기지조차 못하는 아이가 너무나 안쓰러웠다. 간호사의 수는 신생아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고, 우는 아이를 하나하나 달래주기는 힘들어보였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는 며칠을 버텨야 했다. 불쌍하고 안타까웠다. 퇴원할 때까지 나는 한 번 안아볼 수조차 없었다. 산부인과의 이런 시스템이 처음으로 원망스러웠다. 퇴원은 꿈도 못 꿀, 회복되지 않은 내 몸이 한탄스러웠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왜 일부 병원에서 굳이 모자동실을 시키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병원을 일부러 찾는 산모들이 내심 신기했다. 편한 길을 두고 왜 사서 고생을 하려고 하는지. 전혀 공감하질 못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막 세상에 나와 모든 게 낯선 아이를 차가운 플라스틱 침대에 하루종일 눕혀놓고, 시끄러운 울음소리로 가득한 신생아실에 두는 일이 잔인하게만 느껴졌다. 가장 따뜻하고 편안하고 친숙한 곳은 엄마의 품일텐데, 그런 아이를 4일이나 홀로 방치하는 것 같아 내가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았다.

 

나도 내 생각이 이렇게 바뀔 줄은 몰랐다. 이래서 부모는 되어봐야 그 심정을 이해한다고 하나보다. 아이는 정말 작고 가녀렸고, 내가 옆에 딱 붙어서 지켜줘야 할 것만 같았다. 간호사가 아무리 잘해준다한들 엄마만큼 아이를 케어할 수는 없을 터이니. 하지만 짠하고 가슴 아팠을 뿐,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정작 하나도 없었다. 내 몸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상태였으니까. 

 

면회 시간 10분이 찰나처럼 짧게 느껴졌다.

아이가 신생아실에 있는 동안 잘 먹고 잘 자며 건강하게 지내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보고 뒤돌아서는데 또 보고싶어졌다. 내가 낳은 아이는 그런 존재인가보다.

보고 있어도 보고싶은, 보고있어도 그리운, 돌아서면 미치게 보고싶은.

 

뱃속에서부터 모성애는 이미 완성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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