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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기록

[임신 기록] 19주차 갈색 분비물, 경부길이 1센치 조산기 오진, 임신 중기 주의사항

by 민대표_ 2022.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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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에 안정기는 없다


19주, 지옥을 경험했다.
안정기에 들어서고 임신 전처럼 돌아다녔다.
하루에 만보 이상 걷기도 하고, 친구들이랑 오랜 시간 놀기도 하고. 그리고 몇 개월째 손 놓고 있던 일을 시작했다.
너무 오랜기간 놀았더니 일이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다. 임신 중이니 무리하면 안될 것 같아서 양도 할 수 있는 만큼만 조절해서 일을 받았다. 3일 정도 일했을까. 결국 몸에 이상이 생겼다.
컴퓨터 책상에 앉아서 일할 때마다 배가 당기고 아팠다. 그럴 때면 한 시간씩 누워서 쉬어주곤 했다.
하지만 그래도 배가 사르르 아프면서 당기는 느낌이 계속됐다.
그러다 소변 보러 화장실에 갔는데 갈색냉이 우수수수 떨어졌다. 갈색에 흰색, 검정색이 섞여있는 냉을 보는 순간 두려움이 미친듯이 몰려왔다.

‘이건 병원 바로 가야된다.’

신랑에게 얘기했더니 바로 집으로 달려왔다.
친정인 구리에 있을 때라 친정에서 제일 가까운 분만병원으로 갔다.
원래 다니던 병원이 아니라 걱정은 됐지만 지금 당장은 일단 애기가 잘 있는지 확인하는 거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


조산기 진단


대기 후 진료실로 들어갔다.
남자 의사였다.
“분비물이 나와요? 일단 진찰해볼게요. 신랑은 밖에 나가주시고요.”
분비물이 냉인지 양수인지 검사하기 위해 기구를 넣었고, 이후에는 질 초음파로 경부길이를 쟀다. 그런데 선생님 표정이 심각하다.

“왜요? 무슨 문제 있어요?”
“조산기가 있는데요. 경부길이가 1센치밖에 안 돼요.”
“조산기요? 그럼 어떻게 해야 돼요?”
“지금 당장 대학병원 응급실을 가던지 원래 다니던 병원 주치의를 만나보셔야 합니다. 애기가 많이 내려와 있어요. 곧 나올 수도 있어요.”
“병원이 여기서 한시간 거리인데요? 가는게 더 위험한 거 아닌가요?”
“어쨌든 우리 병원에서는 대응을 못합니다. 주치의한테 가야지. 우린 산모님에 대한 아무 기록도 없어요.”

신랑도 들어오라해서 같은 말을 반복하는 의사.
“혹시 양수가 터진 건가요?”
“검사 결과 양수는 아니고 분비물이네요.”
“그럼 말씀하신 조산이 유산이란 뜻인가요?”
“네, 유산이라고 볼 수 있죠.”

어두운 표정으로 말하는 의사를 보면서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잘 지내왔고, 단단이가 뱃속에서 꿀렁이는 태동이 조금 전까지 느껴졌는데. 갑자기 유산이라니.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믿겨지지 않았고 믿고싶지 않았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아기지만 내겐 이미 태어난 아이와 똑같았다. 단단이는 이미 우리에게 너무 큰 존재였다.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모든 게 무너져버리는 느낌.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막막함에 숨이 막혔다.
일단 인천에 원래 다니던 병원에 전화를 했지만 6시가 넘어서인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

몇 분 후 의사가 간호사에게 태동 검사를 시켰다.
태동 검사를 하란 말에 지금 이렇게 위급한 상황에 한가하게 누워 태동 검사를 하고 있어야 되나 싶었다.
당장 대학병원 응급실로 넘어가도 모자랄 판에. 날이 선 채로 물었다.
“그게 지금 의미가 있어요?”
“선생님이 자궁수축이 있는지 일단 해보자시네요.” 믿음은 안가지만 일단 태동검사를 하러 2층으로 올라갔다.
신랑은 밖에서 기다려야만 했고 나혼자 덜덜떨며 가슴을 졸인 채 태동검사를 받았다.

눈감고 기도만했다.
‘제발 해프닝으로 끝나게 해주세요.’
‘단단아 조금만 버텨줘!’


경부길이 재측정


15분쯤 지났을까.
진료본 선생님은 퇴근하고 다른 당직의사가 들어왔다.

“배뭉침이 심하셨다고요?”
“배뭉치는 느낌이 뭔지는 모르겠고, 사르르하는 느낌이랑 태동이 많이 느껴졌어요. 배가 당기고요.”
“경부길이가 짧아서 응급실로 이동할 수도 있어요. 지금 저희도 대학병원 응급실 알아보고 있거든요. 일단 제가 경부 길이 검사 먼저 다시 해볼게요.”
분만실로 가서 다시 질초음파로 경부 길이를 쟀다.
무서워서 다리가 덜덜덜 떨렸다.

“생각보다 그렇게 짧지 않은데요? 괜찮은 것 같은데요? 경부길이가 3.4센치예요. 이정도면 정상범위예요. 제가 선생님이랑 다시 얘기해볼게요.”

그 말을 듣자마자 확 놓이는 마음.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과 슬픔에 쪼그라들었던 심장과 가슴이 한 순간에 풀어져버리는 느낌.

“아무래도 초음파 검사하면서 그림자가 잡혀서 경부길이를 잘못재신 것 같아요. 그런 경우가 있거든요. 지금 상태로는 응급상황은 아니에요. 피비침이 있으니 안정을 취해야 되는 건 맞지만 응급실은 안 가셔도 될 것 같네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놀란 가슴이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많이 놀라셨겠어요. 원하시면 입원하셔도 돼요. 근데 저희 병원에선 수액 말고는 해드릴 게 없어요.”
“입원해도 다른 검사나 조치는 없는 건가요?”
“네, 이상이 생기면 조치를 취하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안정만 취하시면 돼요. 제 산모님이라면 그냥 집에 돌아가서 쉬시라고 할 것 같아요.”

침착하고 감정적이지 않은 의사여서 대화하기 편했다.
우리 단단이가 무사하다는 걸 알고난 후부터 눈물이 났다.
의사는 태동검사실로 옮겨 일단 누워있으라고 했고 신랑에게 들어오라고 했다.

그러곤 신랑에게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림자때문에 경부길이가 짧게 보일 수 있는데 다시 검사해보니 괜찮은 것 같다고 설명하며 입원여부는 상의해서 알려달라하고 나갔다. 의사가 나가자마자 신랑은 아이처럼 흑흐흐흑하며 눈물을 터트렸다. 두눈에서 눈물이 와르르 쏟아졌다.
신랑은 혼자 분만실 밖에 남겨져있었다. 안의 상황은 아무 것도 모른 채 남겨져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대학병원과 인천 산부인과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얼마나 불안했을까. 무서웠을까.

우린 손을 맞잡고 서로를 위로했다.

우리 단단이 아직 엄마 품에 잘 있구나.
엄마가 무리해서 단단이를 힘들게 했구나.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진짜 이토록 허무하게 단단이를 영영 잃어버리는 줄 알았다. 단단이가 우리 곁을 그렇게 떠나버리는 줄로만 알았다. 미안하단 생각뿐이었다.
임신한 몸이면서 안일하게 행동했으니까.

조금 진정이 되고나서 우린 입원여부를 결정했다. 의사도 간호사도 집에가서 쉬어도 상관없다 얘기해서 친정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의사는 집에 가는 대신 피가 나오면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당부했다.

정말 끔찍했던 1시간 반이었다.
한순간에 나락에 떨어진 기분이었고 당혹감과 슬픔이 온몸을 휘감아 어떤 것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너무 무서웠다. 이 현실이.

다시는 겪고싶지 않다.
한 의사의 오진으로 인해 우린 오늘 지옥을 경험했다.
최악의 날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알았다.
이제 최우선순위는 단단이라는 것.
집에오자마자 오늘까지 완료한 일을 보내며 에이전시에 양해를 구했다. 임신한 사실과 병원에 다녀온 사실을 솔직하게 말했다. 다행히 이해해주는 눈치였다.

제일 소중한 게 무엇인지 절실히 깨달았으니 이제 단단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절대 무리하지 말자.
단단아, 미안하고 고마워.
엄마 뱃속에서 잘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앞으로는 단단이 힘들게 안 할게.
건강하게만 자라줘 단단아. 사랑해.


단단이 다시 만난 기념 💐


단단이를 다시 만난 기념으로 J가 꽃다발을 사왔다. 감동이었다. 단단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 깨달았고 우리의 마음은 어제를 기점으로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의사의 오진으로 지옥에 떨어지는 경험을 했지만 그 일로 우리는 더 단단해졌고 단단이를 더 소중히 바라보게 되었다. 그래서 오진한 의사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 힘을 단단이를 지키는 일에 쓰기로 했다.

해프닝으로 끝나 다행이지만 의사는 중기유산으로 아이를 보내주는 경우가 실제로 종종 있다고 했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 찢어질듯한 마음의 고통을 알 것만 같다. 나도 이미 반은 경험한 셈이니까.

임신 기간동안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 본다.



임신 중기 주의사항

다시 강조하지만 임신에 안정기란 없다.
다음은 임신 중기 주의사항이다

1. 안정기이지만 무리는 금물
임신 중기에는 자궁이 크고 무거워지며 장기가 위로 눌리게 되므로 심장에 부담이 가는 행동은 주의해야 한다.
무거운 것을 들거나 한 자세로 오래 있기,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운동은 피한다.

2. 조이는 옷 피하기
속옷과 겉옷 등이 꽉 끼어 몸이 조이게 되면 혈액 순환이 나빠져 정맥류나 부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몸에 달라붙지 않는 임부복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3. 직장 업무 1시간 당 10분 휴식하기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이나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은 임산부나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휴직을 고려한다.
일할 때는 한 시간마다 10분 정도 소파 등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4. 단백질, 철분, 칼슘 충분히 섭취하기
올바른 식습관과 영양 섭취는 태아의 발달, 특히 두뇌 발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이다. 음식을 통해 완전히 보충되지 않는 경우에는 영양제를 통해 섭취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중기 유산 예방을 위해서는 미리 주의 사항을 알아두고 일상생활에서 유의하며 행동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임신의 황금기라고 내 사사로운 욕구를 채우느라 뱃속의 아이를 지키는 일에 소홀하지 말자. 우선순위를 명확히 인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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