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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관찰 일기

D+172 부쩍 자라버린 미니

by 민대표_ 2023.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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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인이 물었다. 
"육아 하는 거 어때?"
내 대답은 이랬다.
"힘든데 행복해."
 
너무 진부해서 고민도 안 하고 내뱉은 말 같지만, 육아 과정을 두 단어로 응축해서 표현하면 이보다 간결하고 정확한 표현이 없다.
정말 힘든데 행복하다. 
그런데 힘듦과 행복의 정도를 비율로 표현하라 한다면, 이렇게 답할 것 같다. 
"3:7"
 
압도적으로 행복의 크기가 크다.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 당연히 있다. (그리고 그럴 땐 비율도 살짝 조정된다. 하핫)
하지만 아이의 순수하고 맑은 표정과 장난기 가득한 웃음소리를 들으면 지친 마음이 사르르 녹고 어느새 행복감에 휩싸인다.
삼십 칠년 간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이 모종의 감정을 행복하다, 라는 한단어로 말하기에 부족한 느낌이 있다. 
기쁨, 설렘, 벅참, 감동, 감격, 사랑스러움, 자랑스러움, 행복이라는 감정을 하나로 합치면 견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감정이 다도 아니다.
가끔은 그 끝에 슬픔도 있다.
이 귀한 순간이 다시는 오지 않을 걸 아니까. 
 
자주 생각한다.
하늘에 감사하다고. 
결혼하고 5년이 지나서야 나는 아이를 바랐다. 
이제는 J와 나 사이에 아기가 생겨도 좋을 것 같다며 아기를 갖고 싶다는 진심이 솟아 올랐을 때, 그때 미니가 찾아와 줬다. 
미니의 소중함을 알고, 미니를 키우는 나날이 귀한 시간임을 알 때 내게 와준 것이다. 정말 고맙다. 
그래서 되도록 아들과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이 값진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루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들.
어제는 못 했지만 오늘은 해내는 행동이 있다.
어제는 딱 맞았는데 오늘은 작은 듯한 옷이 있다. 
 
오늘은 유난히 아들이 또 자라났음을 절감한 날이었다.  
여러번 느껴서 더 크게 와닿은 것 같다. 
 
1. 오늘은 소리 지르는 방법을 터득했나보다.
어제까지는 "우우아아우아우아"하고 말았는데
오늘은 "그아그아아아아"하고 소리를 지른다.
텍스트만 보면 크게 다른 것 없어 보이지만, 소리의 높이와 길이가 다르다. 
소리를 지르며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원하는 걸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처음 듣는 소리에 깜짝 놀랐는데, 하루 종일 그런다. 
왠지 돌 전후까지 이럴 것 같은데...
 
2. 포동포동해지고 키도 크고 머리도 많이 커졌다. (는 여동생의 말)
한달 반 만에 미니 보러 온 여동생.
보자마자 "와 많이 컸다. 키도 크고 포동포동해지고 머리도 많이 커졌어. 두상이 커졌어."라고..
최근 1,000ml 이상 수유한 날이 많긴 많았는데, 성장하려고 그랬나보다.
아들아. 몸과 머리가 커진만큼 뇌도 발달했길 바라..
 
3. 10일에 한번씩 성장 사진을 찍어주는데 이번 쵤영은 유독 어려웠다. 미니가 가만히 누워있질 않기 때문.
147일에 뒤집기를 처음 제대로 했는데, 요즘에 들어서야 ‘휙'하고 본인이 원할 때 자유자재로 뒤집는다. (오른쪽으로만 뒤집긴 하지만..) 
보통은 디데이 우드 토퍼를 옆에 놓고 눕혀서 사진찍는데, 오늘은 눕혀 놓을 수가 없었다.
눕혀 놓으면 휙 돌아서 엎드린 자세로 우드 토퍼를 만지고, 또 눕혀 놓으면 훽 돌아서 블럭을 만지고..
160일까지 사진 찍으면서 수월하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여러 차례 미니를 뒤집어 놓고서야 겨우 찍었다.
이제 엄마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기 시작했구나, 미니야.. 

 
4. 출산선물로 받은 폴로 우주복이 7부가 되어버렸다. 
한달 전, 다리 길이도 길고 품도 커서 미니가 조금 더 크면 입혀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7부가 되어버린 폴로 우주복..
선물받은 옷이라 당근하기도 싫은데, 어쩌면 좋니. 놓아주기 싫은 옷인데.. 
단추 다 풀고 집에서 치마로라도 입힐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5. 어제부터 시작한 팔다리 버둥버둥, 귀여워 미치겠다.   
엎드려서 팔다리 드는 자세.
어른도 하기 힘든 운동 자세인데 미니가 어제부터 보여주기 시작했다.
에듀깜짝볼 보여주면 바로 시작되는 버둥버둥. 
귀여워서 뽀뽀를 몇번했는지 모르겠다. 귀여울 때 마음에서 끓어오르는 이 사랑스러운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훨씬 격하게 버둥대는데, 영상에는 잘 안 담겼다.   
 
 

 
*****
유달리 빨리 크는 우리 상위 1% 아들아, 잘 커줘서 고마워.
근데 조금만 천천히 자라줘.
무럭무럭 자라는 미니가 예쁘고 기특하기도 하지만, 엄마는 지금 네가 너무 예뻐서 크는 게 아깝거든.
어떻게 세상에 이렇게 너처럼 순수하고 무해하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있을 수 있을까.
널 낳지 않았다면 몰랐을 느낌과 감정을 엄마는 참 많이 알아가고 있어.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 아빠한테 와줘서 고마워. 
하루에도 몇번씩 네 귓가에 이 말을 속삭이지만 그럼에도 엄마의 이 고마움을 표현하기엔 부족해.
정말 고마워. 너는 엄마, 아빠한테 고맙고 귀하고 어떤 무앗보다 소중한 존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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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놓을 수 없는 이유식 6일차 이야기.  
감자 미음을 먹인 지 이틀째. 
오트밀 미음 16배죽 했다가 바로 변비 양상을 보여서 다시 20배죽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유식을 도대체 삼키고 있는 건지 어쩐 건지 헷갈린다.
먹긴 먹는데 주르륵 뱉어내는 양이 워낙 많으니 정작 식도로 넘어가는 건 먹는 양의 1/5 정도 같달가.
그래서 오늘은 분유 먹일 때처럼,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혀줬다. 그랬더니 확실히 덜 뱉어내긴 한다. 
이렇게 먹이면 먹는 양은 확실히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입자가 커지거나 농도가 진해졌을 때다. 목에 걸리거나 사레 들 수도 있을텐데.. 
이유식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다. 알면 알수록 어려운 느낌.
식단만 고민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이유식도 그렇고 육아도 그렇고 고민이 생길 때마다 질문을 하면 구체적이고 정확한 답을 바로 내어주는 로봇이 있었으면 좋겠다.
챗GPT는 해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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