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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적 육아

14개월 아기 구토 장염, 탈수에 기관지염까지. - 1 [엄마의 자책]

by 민대표_ 2023.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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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새벽.
미니가 밤에 깨서 물을 먹고 토를 했다.

한번도 그런 적이 없어 놀란 우리는 민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의사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설사는 하지 않았기에 아직은 약 쓰기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일단 지켜보고 오늘도 토하면 내일 아침에 다시 오라 하셨다.
콧물 기침이 잦던 민이였기에 일단 늘 처방받던 비염 알레르기약과 기침약 가래제거제 위주로 처방해주셨다

집에 와서 전날 만들어둔 닭죽을 데워 먹였다.
그러고 20분쯤 지났나. 먹은 죽을 다 게워냈다.
물을 먹이면 물도 그대로 다 게워냈다.
거의 분수토였다.
약도 못 먹였다. 먹은 게 없는 거나 다름없으니..

닭죽이 너무 기름졌나, 닭이 신선하지 않았나 싶어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아기가 토할 땐 쌀미음을 먹여야 한다해서 급히 쌀죽을 끓였다.

미니는 잠시 집에 오신 할아버지와 놀다가 그새 잠이 들었다.
먹고 토하고 조금 놀다 잠든 것이다.
그러곤 한시간 뒤에 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구 소리와 함께 응가를 쌌다.
살펴보니 설사였다. 어제 먹은 옥수수가 그대로 나왔고..
묽은변이었다. 냄새도 평소보다 훨씬 심했다.
설마 장염인건가 싶었다.

그러고는 또 잠이 들었다.
몇시간은 토를 하지 않아 괜찮아졌나 싶었다.
하지만 잠 자면서 또 게워내 침대패드가 엉망이 되었다.

목말라해서 물을 주면 먹고는 또 게워냈다.
배고파하는 것 같아 쌀죽을 먹였다. 미음이 아니라 혹시 위에 부담이 될까 네다섯톨 씩 조금씩 먹였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토했고
우리는 야간진료 하는 병원을 찾았다.

처음 가는 병원이었는데 리뷰가 썩 좋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진료를 보는데 역시나 믿음이 그다지 가지 않았다.

장염은 아니고 소화불량 같다며 열내리고 장을 풀어주는 주사를 놔준다고 하셨다.
그것보다 충격적이었던 말은 두돌까지 분유를 먹여야 한다, 이가 여덟개밖에 없는데 유아식을 어떻게 먹냐, 안 씹고 다 삼켜버리는 거다, 철분 없는 우유 말고 분유를 먹여라 등등이었다.
요즘 의사들이 권장하는 것과 완전 다른 내용의 말이었다.

의사 말이 미덥던 미덥지 않던 난 일단 주사 맞으면 좋아질 거라 생각해 주사를 놔달라 했는데, 미니 아빠는 의사를 도저히 못 믿겠다며 주사를 거부했다. 완곡하게 의사에게 주사 거부 의사를 밝히고 처방전을 받아 집으로 왔다.
하지만 이미 불신의 싹이 돋아 처방받은 약마저 먹이기가 싫었다.

그렇게 미니는 또 잠이 들었다.

다 토해내서 탈수가 올까봐 걱정됐다
먹는 수액, 경구용 수액이라도 먹여야겠다고 생각해 심야약국을 찾았다.
다행히 파는 곳이 있어 미니 아빠가 11시에 사왔고, 알고보니 생각했던 마시는 수액이 아니라 레스퀵라이트라는 발포제였다. 물에 타서 먹이는 것이다.

조금 타서 젖병으로 먹였더니 바로 토했다.
그래도 전해질 균형 맞추려면 먹여야 된다는 생각에 새벽 내내 목이 타는지 두시간에 한번씩 깨는 미니에게 빨대컵으로 마시게 했다. 토할까봐 조금씩 나눠 먹였다.

그렇게 새벽내내 물과 수액을 마신 미니는 다행히 토를 하진 않았다. 나아지는구나 싶어서 한숨 돌렸다.
아침에는 뭐든 좀 먹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토요일 아침.
민이가 깨자마자 먹이지 않고 일단 다니던 병원으로 들쳐업고 갔다. 9시 15분 도착했는데 대기 손님이 앞에 30명이 있었다.
1시간 반을 기다려 진료를 봤다.
어제와 다른 선생님이었는데 오늘도 탈수 증상은 있으나 장염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토한다고 안 먹이면 그때부터 더 아기가 아프다고 무조건 계속 먹여야 한다고 했다. 분유, 유아식 상관없이 일단 먹여야 토하더라도 어느 정도 흡수하니 안 먹이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물대신 먹는 수액을 먹는 게 낫다고 10개 처방해 준다 하셨다.
그런데 오늘도 증상이 계속되면 밤에 응급실 가거나 입원 병원으로 가라고는 하셨다.
결국 모세기관지염과 위 운동 촉진제, 먹는 수액을 처방 받아 왔다.

민이는 또 잠들었고..
일어나서 쌀가루로 끓인 쌀미음을 먹였다. 수액도 같이 먹였다. 배가 고픈지 잘 받아 먹었고 이제 나아지겠구나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토했다.

대체 몇번을 토하는 건지.. 너무 안쓰러웠다.
기력은 하나도 없고 얼굴도 푸석푸석하고 소변, 대변도 안 싸고… 아무리봐도 그냥 지켜봐서는 안될 것 같았다.

미니아빠가 입원 병원으로 가자고 해서 다른 지역의
아동병원 진료를 받으러 가기로 했다.
입원이 안 되면 수액이라도 맞출 요량으로.
혹시 모르니 입원 준비물도 싹 챙겨갔다.

대기.. 또 대기.. 대기의 연속이었다.

보수적인 선생님이라고는 들었는데 상태를 보시더니 일단 수액 맞으면서 피검사와 Xray검사를 하자고 제안하셨다.

수액을 맞춘다는 것에 일차적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나 수액주사를 꽂는 일은 순탄치 않았다.
미니는 울고 불고 엄마 찾으며 자지러지고..
간호사 세명이 달라붙어 겨우 제지하며 주삿바늘을 꽂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한번에 정맥을 찾았다.

수액 맞고 한시간 반 정도 흐른 후 의사가 검사 결과를 알려주셨는데 너무 충격적이었다.
기관지염에 장염까지 왔고, 엑스레이상으로 보면 장이 부분마비 되어 움직이지 않고, 탈수가 너무 심해 저혈당 저나트륨까지 와서 위험할 수도 있다고, 이러다간 신장이 망가진다고 바로 입원해야 한다고 하셨다. 오늘 집에가는 건 너무 위험하고 수액을 맞으며 오늘 혈당부터 높이고 나트륨 수치는 며칠간 서서히 높여야 한다고도 말씀하셨다.

가슴이 철렁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미니의 몸상태는 훨씬 처참했고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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