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육아일기3

D+172 부쩍 자라버린 미니 며칠 전 지인이 물었다. "육아 하는 거 어때?" 내 대답은 이랬다. "힘든데 행복해." 너무 진부해서 고민도 안 하고 내뱉은 말 같지만, 육아 과정을 두 단어로 응축해서 표현하면 이보다 간결하고 정확한 표현이 없다. 정말 힘든데 행복하다. 그런데 힘듦과 행복의 정도를 비율로 표현하라 한다면, 이렇게 답할 것 같다. "3:7" 압도적으로 행복의 크기가 크다.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 당연히 있다. (그리고 그럴 땐 비율도 살짝 조정된다. 하핫) 하지만 아이의 순수하고 맑은 표정과 장난기 가득한 웃음소리를 들으면 지친 마음이 사르르 녹고 어느새 행복감에 휩싸인다. 삼십 칠년 간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이 모종의 감정을 행복하다, 라는 한단어로 말하기에 부족한 느낌이 있다. 기쁨, 설렘, 벅참, 감동, 감격, 사.. 2023. 3. 5.
D+170 미니 관찰 일기 어느새 생후 170일. 문득 빠르게 흘러가버리는 아들의 성장 과정이 이대로 휘발되어버리기엔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앞으로 내가 키워나갈 날들에 비하면 여전히 이르기에 기록하지 않은 나날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다독이며 글을 써 본다. 마음 먹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만큼, 계속 이어나가려면 최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날것 그대로 기록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고민되는 게 있다. 바로 얼굴 노출. 아들 의사와 상관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얼굴이 노출되는 게 마음에 걸린다. 얼굴이 드러나는 사진을 올릴지 말지 고민 중이다. 똘망똘망한 우리 아들 만천하에 공개하고 싶으면서도 꺼려지는 데는 엄마의 어떤 육감같은 게 작동하는 게 아닐까싶다. 조금 더 마음이 열릴 때까지는 얼굴이 .. 2023. 3. 3.
아들과의 첫 대면 수술 이튿날, 병상에서 남편 어깨에 거의 매달리다시피해서 겨우 겨우 일어났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시간만 족히 10분은 걸린 것 같다. 무통주사와 페인부스터를 달고 있었지만 오른쪽 아랫배 상처 부근이 심하게 아팠다. 잘못 꼬맨 건 아닐까 할 정도로 살갗이 찢어질 듯이 당겼다. 생소한 고통이라 더 괴로웠다. 그 고통에도 나는 일어나서 걸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신생아실에 있는 우리 아들을 보러 가야 했으니까. 신생아실로 가는 길은 설렘 그 자체였다. 내 뱃속에 있던 아기가 이 세상에 나와 숨쉬고 있다니, 여전히 실감이 나질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신생아실 면회는 하루에 두 번만 가능했고, 그마저도 신생아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아이를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미리 면회 신청을 해놓은 우리는 시간 맞춰 신생.. 2022. 12. 17.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