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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관찰 일기

D+170 미니 관찰 일기

by 민대표_ 2023.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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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생후 170일.
문득 빠르게 흘러가버리는 아들의 성장 과정이 이대로 휘발되어버리기엔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앞으로 내가 키워나갈 날들에 비하면 여전히 이르기에 
기록하지 않은 나날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다독이며 글을 써 본다.  
 
마음 먹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만큼, 계속 이어나가려면 최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날것 그대로 기록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고민되는 게 있다. 바로 얼굴 노출. 
아들 의사와 상관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얼굴이 노출되는 게 마음에 걸린다.
얼굴이 드러나는 사진을 올릴지 말지 고민 중이다. 
똘망똘망한 우리 아들 만천하에 공개하고 싶으면서도 꺼려지는 데는 엄마의 어떤 육감같은 게 작동하는 게 아닐까싶다.
조금 더 마음이 열릴 때까지는 얼굴이 최소한으로 공개된 사진을 올리려 한다. 
 
아들 이름은 '미니'로 통일해서 쓸 것이다. 우리의 미니미, 미니. 
물론 이름과도 연관이 있다. 카테고리명도 그래서 '미니' 관찰 일기다. 
 
 
 
먼저, 미니 이유식 이야기부터 꺼내볼까.  
 
이유식 시작한 지 4일차되는 날이다.
1일차 쌀미음 30ml + 수유 240ml
2일차 쌀미음 20ml + 수유 240ml
3일차 쌀미음 60ml + 수유 200ml
4일차 오트밀미음 40ml + 수유 240ml
 
어제는 처음으로 준비한 60ml를 싹 다 먹었다. 
수유량으로 볼땐 어제서야 이유식을 제대로 먹은 듯하다. 
 
170일인 오늘은 처음으로 오트밀 미음을 먹었다.
16배죽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살짝 되직했다. 확실히 20배죽보다는 삼키는 양이 적었다. 
40ml를 먹였지만 삼킨 건 20ml나 될까. 
 
그래도 숟가락을 붙들고 자기가 먹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벌써 "내가, 내가"라며 뭐든 내가 하겠다는 시기가 온 거니.
귀여워서 웃음이 피식 나왔다. 
미니는 자기주도 이유식으로 가야 하나. 

내가, 내가 먹을래

그런데 이유식 먹이고 30분쯤 지났을까, 입 주위에 두드러기로 보이는 붉은 반점이 하나 올라왔다. 
딱 봐도 두드러기였다. 
아니 시금치도 양배추도 아니고, 오트밀에 두드러기라니..
알러지일 가능성이 커서 두드러기가 삽시간에 온몸에 퍼질까 걱정됐는데,
다행히 자고 일어나니 많이 가라앉았고 다른 부위에 퍼지지도 않았다.
후.. 한숨 돌렸다.
이유식, 생각보다 마음 졸이게 하는 구석이 있네. 
(다시 보니 뭔가에 물린 자국인 건가..싶다)

오트밀미음 먹고 난 뾰루지

 
 
삼키지 못하고 반은 뱉어내지만 내가 만든 음식을 받아먹는 아들 모습 보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물론 쌀가루로 만들어 십분이면 휘리릭 만들어내지만. 하핫. 
그래도 귀차니즘 심한 내가 이유식을 직접 만드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건 아들이 먹어줄 때 뿌듯함이 마음을 울리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가 저녁 먹을 때 꼭 자기도 먹고 싶다는 것처럼 신나서 팔과 다리를 휘적휘적대던 미니. 
이럴 때는 손을 빨지도, 울지도 않는다.
그저 침을 질질 흘리며 엄마 아빠만 번갈아 바라본다. 
진작부터 이유식 먹을 준비가 되어있던 아들인데, 게으른 엄마 탓에 조금 늦게 시작해서 미안해. 
 
어제는 저녁 먹고 후식으로 과일 먹는데 아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며 팔, 다리를 파닥파닥대고 있길래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사과를 살짝 입에 갖다댔다. 
사과는 조만간 먹을 테니 맛보기로 잠깐.
아니나다를까 낼름낼름하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스쳐 지나가는 이런 순간순간을 누군가 영상으로 촬영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일상이 미래에는 그립고 또 그리운 과거의 추억이 될텐데.. 
가끔은 홍현희와 제이슨이 부럽다.
아들과 아빠가 교감하는 소중한 찰나를 놓치지 않고 찍어주는 누군가 있으니까. (촬영날만 그렇긴 하겠지만)
삼각대를 놓고라도 낮엔 우리 둘의 일상을, 밤엔 아빠까지 셋의 일상을 찍어볼까 생각한다.
엄두가 안 나지만 이런저런 생각은 해본다. 
 
그냥..
흘러가는 시간들이 아까워 어디에라도 붙잡아 두고 싶어서. 
 
 
 
2023년 3월 2일 모두가 잠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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