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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감정

산후조리원 가는 길

by 민대표_ 2023.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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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을 산부인과 병실에서 지내다 산후조리원으로 가는 날, 민이를 처음으로 안아봤다.

두툼한 겉싸개에 싸여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굴만 내놓고 있던 민이.

너무 작아서 안으면 부서질 것 같아 간호사에게서 아이를 받아 드는 일조차 무섭고 떨렸다.

이 조그만 아이를 차에 태워 산후조리원으로 가야하다니..

운전하는 J나 아기를 안고 있어야 하는 나나 둘 다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어디 부딪칠세라 품에 꼭 끌어안고 뒷좌석에 앉았다. 겉싸개에 파묻히진 않는지, 숨은 잘 쉬는지 수시로 확인하며 산후조리원으로 향했다. 15분이면 도착하는 곳이었지만 몇 시간은 걸리는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운전대를 잡은 J의 손에 땀이 났고, 나도 온몸이 뻣뻣해질 정도로 긴장했다. 

 

어찌저찌 산후조리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무사히 도착했음에 감사하며 한숨 돌리고 엘리베이터를 탈 채비를 했다. 나는 짐을 들고 J가 아이를 안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런데 아이는 정말 한시도 눈을 떼서는 안 됐다.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까지 한 2분 정도 걸렸을까. 

엘리베이터에서 아이를 보는데 그새 고개를 돌려 겉싸개에 코를 파묻고 있었다.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푹 파묻혀 있었다. 정말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애기가 숨을 못 쉬잖아!"

깜짝 놀라 J를 면박하며, 겉싸개를 접어 코가 밖으로 나오게 했다.

정말 찰나였다. 

둘 다 걷느라 잠깐 아기를 못 봤던 건데, 그 사이 그 두꺼운 겉싸개에 코가 파묻히다니.

얼굴은 새빨개졌지만, 다행히 숨은 쉬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리원에 들어서고 원장이 겉싸개를 풀면서 많이 더웠나보다고 아기 온몸이 빨갛다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더워서였을까, 숨이 막혀서 그런 건 아니었을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 걸 알지만 J의 부주의함에 화가 나고 속상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아이와 함께 있는 순간은 한시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는 경각심을 제대로 일깨워주었다. 

 

신생아실에 들어간 민이는 다행히 안정을 찾고, 분유도 먹고 편안하게 놀다 잠이 들었다. 

앞으로 육아하면서 이런 아찔한 순간이 여러차례 찾아오겠지. 아이의 사고는 잠깐 눈 돌리는 순간에 일어난다고 들었다.

순간의 방심이나 실수로 아이가 다치는 일이 없게 늘 의식하며 육아에 임해야겠다.

 

아이 때문에 가슴이 쿵 내려앉는 듯한 느낌은 내 인생에서 이번 한 번뿐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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