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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발견17

무심하다 무심하다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다. 아무런 생각이나 감정 따위가 없다, 혹은 남의 일에 걱정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다. J가 오늘 나한테 한 말이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심할 수 있나 싶다고. 어떻게 이렇게 자기만 생각하냐고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정말 주변사람들에게 무심했다. 가장 가까운 남편, 엄마, 아빠, 시댁… 나만큼 무심한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족을 챙기지 않는다. 친구도 마찬가지다. 그냥 나는 먼저 챙기는 것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다. 받기만 하는 사람.. 그리고 내가 먼저인 사람이다. 남들의 기분, 상황은 개의치 않고 내가 어떤지가 가장 중요한 사람. 쓰다보니 나 정말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구나.. 왜 나는 이토록 무심한 걸까. 나만 생각하기에도 하루하루 살아가기 벅차고 힘.. 2023. 12. 18.
삶을 대하는 태도 우리는 저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나는 어떨까. 나는 내가 집중하는 것이 아니면 대부분 건성으로 한다. 내 에너지는 한계가 있는데 이 모든 것에 힘을 쏟아 부으면 지쳐 쓰러지리라 생각하면서. 이를테면 집안 살림이 그렇다. 청소, 설거지, 정리정돈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그저 컨디션에 따라 행동한다. 컨디션이 좋으면 기분 좋게 일을 끝까지 마무리해서 정돈된 결과물을 내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하는 데 의의를 두고 그까이꺼 대충 해치운다. 빨래를 갤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기력이 있으면 각맞춰 개고 서랍에도 모양을 잡아 예쁘게 보이도록 넣지만, 기력이 달릴 때는 그냥 대충 개서 쑤셔 넣는다. 보이는 데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 더 신경써야 하는 걸 알면서도 내가 힘들 땐 깡그리 무시해 .. 2023. 12. 14.
나보다 날 더 귀하게 여겨주는 사람 나는 늘 가성비를 쫓으며 사는 인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풍족하게 자라오지 못한 탓에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가격대비 괜찮은 물건, 합리적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에 지갑을 열었다. 내게 취향은 사치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삼십대가 넘어서니 내게도 취향이 생겼다. 취향이 점점 확고해졌다. 아이보리나 베이지톤을 좋아하고, 넓고 환한 공간을 선호하고, 숲이나 나무같이 푸르른 느낌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깔끔하게 정돈된 모양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현실은 육아에 치여 어렵지만..) 내 이런 취향이 J때문에 생긴 건지, 나이를 먹으며 또렷해진 건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취향을 확고하게 다져준 사람이 J라는 건 확실하다. J는 내가 좋아하는 걸 선택할 수 있게 경제적으로 뒷받침 해주었고,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 2023. 12. 2.
문득 사위가 컴컴해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미니를 재우려고 미니 침대에 같이 앉아있던 때였다. J가 자라며 불을 탁 꺼버린 것이다. 눈은 차마 적응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어둠 속에 갇혀 버렸고 나는 그저 손길 가는대로 미니를 쓰다듬고 있었다. 문득 두려워졌다. 눈이 멀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아서였다. 내가 나중에 눈이 안 보이면 어쩌지, 그러면 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까.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가장 슬픈 건 우리 예쁜 미니의 자라가는 모습을 못 본다는 것. 생각이 거기에 가닿자 바로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리 미니의 활짝 웃는 미소, 걸음마 연습, 뿌앙하고 우는 표정. 싫다고 떼쓰며 자지러지는 모습… 미니의 예쁘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보지 못 한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혀왔다. 단 하나도 놓치기 싫은 순간들인데.. 2023.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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