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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발견

문득

by 민대표_ 2023.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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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가 컴컴해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미니를 재우려고 미니 침대에 같이 앉아있던 때였다.
J가 자라며 불을 탁 꺼버린 것이다.
눈은 차마 적응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어둠 속에 갇혀 버렸고 나는 그저 손길 가는대로 미니를 쓰다듬고 있었다.

문득 두려워졌다.
눈이 멀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아서였다.
내가 나중에 눈이 안 보이면 어쩌지,
그러면 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까.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가장 슬픈 건 우리 예쁜 미니의 자라가는 모습을 못 본다는 것. 생각이 거기에 가닿자 바로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리 미니의 활짝 웃는 미소, 걸음마 연습, 뿌앙하고 우는 표정. 싫다고 떼쓰며 자지러지는 모습…
미니의 예쁘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보지 못 한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혀왔다.
단 하나도 놓치기 싫은 순간들인데…

그 다음엔 우리 J가 늙어가는 모습을 못 보겠구나 싶었다. 나와 평생을 함께할 사람. 같이 나이들어가며 흐르는 세월을 맞이할 동반자. 늙을 때까지 서로를 보듬고 의지하며 늘 손잡고 걸으며 함께할 나의 반쪽. 그의 변해가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게 슬펐다.

그 다음은 우리 엄마, 아빠.
그리고 나선 거울 앞에 선 젊은 날의 내 모습…
그리고 앞으론 못 볼 나의 늙어가는 모습…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지금 내가 얼마나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오늘 조정경기장에 다녀왔다.
미니 걸음마 연습하러 갔는데 단풍이 절정을 이뤄 생각보다 훨씬 힐링되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다 왔다.

순간순간이 행복이었다.

그래서 오늘 이런 생각을 떠올리게 된 건가.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이 감사하다.




귀한 순간을 느끼고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신체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토록 소중하고 예쁜 아들을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도록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의 아들, 남편, 부모님,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가을날을 만끽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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