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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감정

출산, 엄마가 되다.

by 민대표_ 2022.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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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4일 오전 10시 12분
뱃속에 있던 단단이가 세상밖으로 나왔다.

제왕절개 출산을 결정한 터라 당일 아침 수술 두시간 전에 병원에 도착했다.
분만대기실에서 몸 상태와 태동을 체크하고 예정된 시간인 10시에 분만실에 두발로 걸어 들어갔다.
분만실은 생각보다 냉랭했다.
유튜브에서 봤던 따뜻한 분위기의 분만실과는 사뭇 달랐다.
철제 수술대와 집기 때문인지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공기조차 시리도록 차갑게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간호사가 있었지만 얼어붙은 공기를 녹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분만실 분위기에 놀란 것도 잠시, 바로 하반신 마취에 들어갔다.
치질 수술로 하반신 마취 경험이 있어 사실 여유를 좀 부렸는데, 주삿바늘이 들어가니 생각보다 따끔하고 뻐근해 긴장감이 한층 더해졌고 이어 소변줄을 꽂겠다는 간호사의 말에 몸이 확 움츠러들었다.
아니나다를까 소변줄을 꽂는데 통증이 느껴졌다. 아파서 '아악'하고 신음이 절로 나왔다.
그러자 간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소변줄 꽂는 게 다 느껴져서 수면마취 할게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던 걸로 봐선 예정된 수순인 듯했다.
"저 그럼 아기 태어나도 못 보지 않나요?"
곧 엄마가 될 자의 질문답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보겠다는 의지.
"깨워서 보여드릴게요."
간호사는 시간에 쫓기듯 빠르게 주사를 놓았고 나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자고 있는데 누군가 세차게 흔들어 깨웠다.
"아기 보셔야죠, 산모님. 지금 보셔야 해요."
비몽사몽으로 실눈을 떴다.
"아기 건강하게 나왔어요?"
엄마가 된 자의 첫마디.
"네. 건강해요."

그렇게 난 다시 곯아떨어졌다.
마취에 취해있어 간호사와 나눈 대화가 또렷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런 대화를 나눴던 순간이 희미하게 잔상이 남아있었을 뿐이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는 남편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고생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단단이 건강하대?”
눈뜨자마자 한 말은 역시나 아이의 상태를 묻는 말이었다.
그러고는 마취가 안 풀려 헤롱헤롱했는지 흐름 없는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고 한다.

10시 12분.
단단이는 내가 수술대에 누운지 10분만에 세상에 나왔다.
우렁찬 울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고, 수술실 밖에있던 J는 우리의 아이가 태어났음을 직감했다.

10시 13분.
간호사가 아이를 분만실 밖으로 데리고 나와 J에게 아이를 보여줬다.
J는 그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영상으로 남겼고, 덕분에 난 찰나의 감격적인 순간을 영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내 배에서 정말 아기가 나오다니..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1cm도 안 되던 미약한 생명체가 3.12kg의 아기의 몸으로 세상에 태어나다니..
신비롭고 경이롭다.

자연분만만큼 첫 대면을 극적으로 한 건 아니었지만 영상으로 본 아이의 첫 모습도 나를 뭉클하게 하기엔 충분했다.

이제 난 회복에 집중할 차례다.
회복해야 신생아실에 단단이를 만나러 갈 수 있으니까.

제왕절개 첫날은 무통주사와 페인부스터 덕분에 생리통 정도의 통증만 느껴졌다. 움직일 때마다 아픔이 느껴지긴 했지만 오히려 배고픈데 밥을 먹지 못하는 고통이 더 컸다.
방귀도 껴야 하고 다음날은 병실 이동과 신생아실 면회를 헤야 했기에 병상 위에서 누운 채로 발을 꼼지락 거리고 몸을 이리저리 돌리는 연습을 했다.

이 정도 통증이면 생각보다 할 만한데, 라며 혼자 생각했는데 되돌아보면 그건 훗날의 고통을 가늠할 수 없었던 자의 어리석은 소회였던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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