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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발견

나를 우울하게 하는 관계

by 민대표_ 2023.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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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우울하게 하는 관계

 

이미 다 지난 일인데, 거의 끝난 관계인데도 불쑥불쑥 떠올라 나를 상념에 젖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오래된 인연이고 이제는 잊어도 될 만한 관계인데 난 놓지 못하고 종종 우울의 감정 속으로 빠져든다.

그런 관계가 된 이유, 돌이켜보면 내가 첫단추를 잘못 꿰었다. 

나는 누군가를 일대일로 만나면 어색하고 민망하고 어떻게 사람을 대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룹 만남에 익숙한 사람이다.

우리집에서 다같이 모이는 날이었다.  

우리 집에 먼저 온 친구도 있고, 늦게까지 더 있다가겠다는 친구도 있었다. 

그 마음들이 어쩌면 나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을 내비쳤던 것일 수도 있는데, 이상하게 나는 날이 서 있었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방어기제가 생기는 건지, 왜 그리 예민하게 굴었을까.

나는 말로, 행동으로 그들에게 눈치를 줬다. 

왜 일찍 왔냐고, 왜 더 있다 가냐고.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리석었다. 나를 어렵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우린 다같이 모일 때만 하하호호 신나게 떠들며 놀았고, 일대일로 대면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함께 보낸 시간이 무색하게 서로 어색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건 일년이 지나도, 이년이 지나도 똑같았다. 

그럼에도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아서 나는 그들을 집에도 여러번 초대하고 퍼주고 사주고 해먹였다. 

당일에 만나고 헤어졌으면 그렇지 않을텐데, 2박3일동안 놀고 이렇게 시간이 늘어지다보니 난 늘 마지막에 지쳐있었다.

그러다보니 속에 있는 말이 필터링 없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후회하는 말들이 여럿 있다.

그들 마음 속에도 여전히 남아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쏟은 정성과 시간들이 물거품이 될 거라는 사실은 시간이 흐르고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아끼는 동생들이었지만 그들에게 나는 그냥 같이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언니였을 뿐, 일대일로 다가가기엔 가까이가고 싶지 않은 언니였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그들 중 누군가와 둘만 있을 때 전혀 편하지 않았다.

둘 사이에 감도는 어색함을 깨기 위해 억지로 말을 꺼내 대화를 이어갔다. 

그런 사이임을 알지만 관계를 더 진전시키기는 어려웠다. 

더 가까이 가기도 어려웠고 그들도 내게 더 다가오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자꾸 그들에게 바란다는 것이었다. 

뭔가를 기대하고, 다른 누군가를 대하는 것처럼 나한테도 해주길 바라고..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으면 나는 또 실망하고. 

그냥 이런 과정이 몇번씩 반복되었던 것 같고, 나는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며 지쳐갔다. 

이제는 이 관계를 놓아버리면 더 편하겠다는 정도에 이르렀다.

한때는 그렇게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잘 놀았지만 이제 과거의 사람들로 남겨두고 싶은 것이다. 

더는 기대하고 싶지 않으니까. 더는 실망하고 싶지 않으니까. 

내가 이런 마음을 품고있는 것조차 그들은 모를 것이다. 

이상하게 그들 앞에서 나는 왜 이리 날이 서 있을까 늘. 

우리가 결이 안 맞는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다. 

나는 과연 그들을 놓아줄 수 있을까. 

자꾸만 잡고 싶고 끈이 이어졌으면 하는 이 마음을 끊어낼 수 있을까. 

 

몇년 후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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