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우리 민이가 태어난 지 80일.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크고 매일 새로운 기쁨을 안겨 주지만, 마음속엔 정체 모를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뭘까. 대체 이 불안의 근원은 무엇일까.
...
'나'란 존재가 흐릿해져가기 때문이었다.
모든 일상이 아이 위주로 돌아가고 나의 일, 나의 욕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런 삶이 싫다는 건 아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나와 J에게 가져다 준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니까.
단지 '나'의 욕구를 채우지 못하니 마음 한 켠에 아쉬움이 쌓이고
부피가 커지다 보니 점차 불안으로 변질된 것.
무엇보다 나만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이 컸다.
육아에만 전념하다보니 본업은 손 놓을 수밖에 없었고, 임신기간부터 쉬어온 지라 일을 안 한 지는 꽤 오래다.
자리잡아가는 동료를 보면 부러우면서도 씁쓸했다.
나에겐 미치도록 사랑스러운 아기가 있으니까, 라며 자위해보지만 불안한 마음은 커져갈 뿐 사라지지 않았다.
일할 순 없는 상황이니 나를 채우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갖기로 했다.
며칠 전부터 원서를 읽기 시작했다.
새벽 수유를 끝내고 아이를 재운 뒤 한 시간 정도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혼자만의 미라클 모닝이랄까.
비록 한 시간이지만 내면의 욕구도 달래고 나의 발전도 챙기는 충만한 시간이다.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실은 모른 체하며 미뤘을 뿐 답은 알고 있었다.
바로 글쓰기다.
내면의 이야기든 육아 기록이든, 뭔가 써내려가야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글쓰기만이 흘러가는 시간을 유의미하게 뿌리내리게 해주고 나를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될 것 같았다.
귀찮고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아 애써 무시했을 뿐.
이젠 미뤄오던 글쓰기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글을 쓴다.
매일 쓰리라는 장담은 못 하겠지만, 마음 속에 무언가 끓어오를 때마다 나는 노트북을 열 것이다.
내가 나로 살아가기 위해, 이 흘러가는 시간들을 남기기 위해.
2022.12.02
'인생의 발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를 우울하게 하는 관계 (2) | 2023.09.18 |
---|---|
당신의 생각을 정리해드립니다. (1) | 2023.02.27 |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 육아 (0) | 2023.02.08 |
2022년 회고: 올해의 키워드 (0) | 2023.01.01 |
책을 통해 찾아가는 인생 방향과 명확해지는 우선순위(feat. 레버리지) (0) | 2022.12.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