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만큼 암울하고 무기력했던 해가 있었을까.지금 돌이켜봐도 잿빛으로 감싸있던 작년. 가정을 송두리째 흔들 만큼 아픔이 있었기도 했다. 하지만 몸과 마음 다 바쳐 아이 둘을 키워내면서 없어지는 나라는 인간의 자아와 정신이 나를 더 우울 속으로 내몰았다. 그때 나는 왜 그렇게 우울해야만 했을까. 우울의 터널에서 빠져 나온 뒤 이제야 그 이유가 보인다. 나는 내가 할 일을 하지 않았다. 힘들다는 이유로 지친다는 이유로 그저 누워있고 싶었고, 한없이 게을러지고 싶었다. 하기 싫어서, 할 힘이 없어서 설거지를 이틀씩 미루기도 했고, 집안 정리정돈도 온몸의 힘을 쥐어짜서 심하게 더럽지 않은 정도로만 유지했다. 아이들 밥은 먹여야 했으니, 하기 싫어도 꾸역꾸역 최소한의 요리는 했다. 집안일과 육아, 휘몰아치는 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