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발견

우울했던 작년은 가고 명랑한 올해가 온다.

민대표_ 2026. 1. 20.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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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녀온 한남동




작년 만큼 암울하고 무기력했던 해가 있었을까.
지금 돌이켜봐도 잿빛으로 감싸있던 작년.
가정을 송두리째 흔들 만큼 아픔이 있었기도 했다. 하지만 몸과 마음 다 바쳐 아이 둘을 키워내면서 없어지는 나라는 인간의 자아와 정신이 나를 더 우울 속으로 내몰았다.
그때 나는 왜 그렇게 우울해야만 했을까.

우울의 터널에서 빠져 나온 뒤 이제야 그 이유가 보인다.
나는 내가 할 일을 하지 않았다. 힘들다는 이유로 지친다는 이유로 그저 누워있고 싶었고, 한없이 게을러지고 싶었다. 하기 싫어서, 할 힘이 없어서 설거지를 이틀씩 미루기도 했고, 집안 정리정돈도 온몸의 힘을 쥐어짜서 심하게 더럽지 않은 정도로만 유지했다. 아이들 밥은 먹여야 했으니, 하기 싫어도 꾸역꾸역 최소한의 요리는 했다. 집안일과 육아, 휘몰아치는 고통 속에서 나라는 존재는 그저 이리저리 떠밀려 다닐 뿐이었다.
루틴도 없었다. 되는 대로 살았다. 약속있는 날은 바람쐬고 돌아오면 힐링해서 그날은 기분이 좋았지만 일시적으로 텐션이 업된 것일뿐,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기분은 구덩이 속에 빠지곤했다. 나는 고립되었다. 고립을 택한 것이니 고립했다고 말해야 할까. 고독은 아니었다. 늘 혼자인 건 아니였으므로. 정신적 고립이었다.

해가 바뀐 지금, 나는 살 만해졌다. 감정의 선이 작년에 비해 높은 편이다. 비교적 기분이 좋다는 말이다. 내가 바뀐 이유를 곰곰이 고민해봤다.

첫째,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게 아니고, 생각한 대로 산다.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겼던 작년과 달리 나는 작은 목표들을 세웠다. 목표를 이루려니 매일 할 일이 생겼다. 거창하지도 않은 일들이다. 하지만 하루 중 일부를 알차게 채우기에는 충분한 일들. 그 일들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내게 주어진 시간 자체가 짧으니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고 한다. 집중과 몰입이 주는 만족감이 상당하다.

둘째, 할 일을 먼저 한다.
작년엔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나면 카페부터 갔다. 커피 마시며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먼저 했다. 책을 읽는다던지 글을 쓴다던지 하는 그런 유의 일들. 하지만 이제 내 본업부터 한다. 해야할 일을 먼저 해치운다는 말이다. 나는 주부다. 인정하고 싶지않지만 난 어디로 봐도 전업주부이다. 그러면 주부로서 해야할 일을 우선순위로 둬야 한다. 작년까지는 뒷전이었던 일들, 그래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뤘던 일을 맨 앞으로 끌어왔다. 등원시키면 집안일부터 한다. 환기하고 이불 정리하고, 설거지하고 청소를 한다. 깨끗해진 집안을 보고 카페로 가는 것과 집안일이 산더미인데 할 일을 뒤로 미루고 카페로 가는 것은 마음의 짐의 무게가 천지차이였다. 바로 여기에서 무기력함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무기력함을 없애려면 할 일부터 하라. 아주 작은 일부터라도.

셋째, 루틴을 만든다.
아이를 안정시키려면 루틴을 만들어줘야한다고 숱하게 들어왔다. 아이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성인도 마찬가지로 루틴을 만들면 요동치던 감정이 거짓말처럼 안정되고 축축 처지기만 했던 몸도 조금씩 살아난다. 운동까지 하면 금상첨화겠지만, 나는 아직 운동은 못 하고 있다. 대신 집안일-아점-번역공부-포스팅이라는 루틴을 만들어 하원 전까지 지키고 있다. 루틴이 주는 힘을 처음 깨달았다. 다음 할 일이 기다려지니 지금 하는 일을 빨리 끝내고 싶어진다. 하나 처리하고 하나 시작하는 별 것 아닌 과정이 자기효능감을 엄청 끌어올린다. 일을 쳐내면 약간의 희열이 느껴지는 경험 있지 않은가. 루틴을 만들면 그 희열을 종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기분을 끌어올리는 마법같은 비법.

요즘 거짓말처럼 육아도 쉬워졌다. 지치기만 했던 육아가 많이 수월해졌다. 몸도 기분도 가벼우니 일단 표정이 밝아졌다. 무기력함에서 오던 무력감에 조금만 건드려도 예민함이 폭발했던 작년과 달리, 루틴을 해내는 작은 성취로 일상이 행복하니 아이들에게 짜증도 덜 낸다. 사랑의 말도, 스킨십도 자주 하다보니 아이들도 자연스레 사랑 터지는 말과 행동을 더 많이 한다. 주는 대로 돌려받는 것이다.

이런 선순환, 예전에 생각도 못 했다. 그래서 글로 남기고 싶었다. 우울해서 혹은 무기력해서 매일을 울상으로 지내는 당신이 내 글을 보고 조금은 힘을 내기를 바라면서. 용기를 갖기를 바라면서. 딱 일주일만 목표와 루틴을 갖고 살아 봐도, 아니 사실 단 하루만 이렇게 살아 봐도 몸과 마음이 확연히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거기 무력감에 휩싸여 나를 옭아매는 모든 짐에서 벗어나고 싶고 가끔은 이 세상을 떠나버리고싶다는 생각을 하는 그대여. 의지를 갖고 하나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가지만 해내라. 아주 작고 미미한 일이라도.

응원합니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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