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들들 수족구 걸려 집에서 10일간 풀로 돌봤다.
사실 초반에는 나도 아이들도 깨나 애 먹었다.
애들은 구내염때문에 잘 먹질 못하니 기본적으로 짜증이 많은 상태였고, 그 감정을 그대로 전이받는 못난 엄마.
결국 남편이 쉬고 오라며 1박2일 휴가를 줬다.
양심상 1박까진 못 하겠고.. (둘째는 아직 21개월이니)
당일치기로 바다보고 독립서점 들르고 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집 대충 정리하고 바로 출-발!
12시 ktx타고 청량리 -> 강릉

무려 강릉을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다니..
새삼 ktx에 감사했다. 세상 좋-아졌다.

내 목적지는 사천해변과 윤슬서림 두개였는데
기차에서 물회와 누룽지오징어순대 사먹기와 사근진해변까지 걷기라는 희망사항까지 추가.

2시쯤 택시타고 바로 사천진항으로 왔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예전에는 못 본 것 같은데..
젊은 사람들이 낚싯대를 많이 들고 다닌다

기차에서 검색해서 급으로 간 물회집치고 대성공
원래 웨이팅있다는데 2시넘은 시간이라 한산했다

1인세트 멍게밥+가자미물회 25,000원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물회 중 제일 맛있었다.
자극적이지 않고 적당히 새콤달콤.
가자미나 멍게 더 추가해서 먹고싶었다..
다음에 다시 오면 회덮밥에 물회 푸짐하게 시켜야지

물회집 뒷마당이 사천진해변

물회마을이었네?


일단 바다 보자마자 대힐링

청량리역 가는 택시안에서 강릉 당일치기 여행간다니까 기사님이 주신 옛날 계피맛 사탕.
추억 돋는 사탕포장지 보소.
계피사탕 먹으며 바닷가 걷는데 그 따스한 마음 덕분에 더 행복했다

곳이라는 카페까지 들렀다 다시 내려가느라
한시간 반 이상을 걸었다.
카페는 바다뷰 보이는 대형카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1도 감흥이 없던 카페. 잔뜩 실망하고 커피도 먹지 않은 채로 사근진해변으로 향했다.



내가 가장 오고싶었던 사천해변
파란하늘 아래 해송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너무 그리웠다.
사천 테라로사도 아름다운 장면으로 머릿속에 남아있어서 추억여행하러 들르고 싶었지만 시간상 다음을 기약했다. 무엇보다 해송밭을 걷는 시간이 너무 황홀해서 흐름을 끊고싶지 않았다.

거닐며 먹던 사과조각 .. 엄청 상큼하고 맛있었다



bgm은 산들 잘됐으면 좋겠다. 주를 찾는 모든 자들이. 피아 ccm집회송.
어머님 생각도 자꾸 나고 찬양도 은혜로워서 울컥하는 마음 달래며 걸었다. 혼자 흥얼거리기도 하고 크게 가사따라 부르며 걷던 바닷길. 꽤 오래 추억할 것 같다.
(누가보면 독실한 기독교인..)

내가 걸은 길 장장 2.4km +@


이름마저 예쁜 순긋해변.
뜻 찾아보니 딱히 없다고. 강릉 지명일 뿐이라고 한다.


드디어 사근진해변 도착.
사천이랑 사근진에는 인파가 북적이고
중간에 순긋같이 작은 해변에는 인적이 드물다.

언젠가 바닷길 따라 도는 시티버스 타보고 싶어졌다.
두 시간 가까이 참깨스틱이랑 사과만 먹고 걸었더니 넉다운.. 보도블럭에 앉아서 택시 기다렸다.
서점도 가고 누룽지오징어순대도 먹으러 시내로 고고

브레드바나나 소품샵 잠깐 들르고

부근의 윤슬서림 포착



서점 지기의 코멘트에 단숨에 빠졌다.
늘 느끼지만 잘되는 독립서점은 이유가 있다.
한동안 여러 책을 들었다놨다하며 서점 지기의 글을 살피며 공감하고 감탄했다.
일부는 발췌한 거고 일부는 직접 쓴 내용이었다.
에세이스트 하셔도 될 것 같은 필력..

책 한 권 골라 따뜻한 자리에 앉아
디카페인 커피 마시며 내면 충만해지는 시간 보냈다.
내가 얼마나 기다렸던 시간들인가.
제주 여행 이후로 처음 느끼는 이 감정…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간만에 다이어리 꺼내 묵혀놨던 감정도 풀어내니
속이 시원해졌다.

저녁에는 바로 변하는 윤슬서림.
혼자만의 여행에는 느림의 미학이 있다.
천천히 관찰하고 즐기며
걷고 생각하고 느끼고 울고 웃고
홀로 있을 때만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내면의 출렁임

버스 시간이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아
급히 윤슬서림에서 나와 중앙시장으로 갔다.
토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횟집도 오징어순대집도 바글바글했다. 웨이팅도 이집저집 할 것 없이 대부분 길었다.

거의 30분 기다려서 받은 누룽지오징어순대.
기름에 눌렀으니 어떻게 맛이 없겠냐고..!
포장까지 센스 무엇.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대..
시간이 부족해 택시 찾으며 걸어다니며 먹었는데
그래서인지 오히려 뜨끈뜨끈하니 더 맛있었다
돌아다니며 야식 골라 사먹는 해외 관광객같네..

대전 내려가는 버스 안.
여행기록 남기며 가고 있는데
오늘 여행이 알차고 깔끔했어서 아주 뿌듯하다.
당일치기여행으로 강릉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푸른 하늘과 바다 보며 힐링하고, 파도소리와 해송림에서 지저귀는 새소리 들으며 귀 정화하고. 해변따라 길게 나 있는 해파랑길 산책도 하고.
감성있는 느좋카페 많고..
혼자여서 더 좋았던 오늘.
그래도 언젠가 가족과 다시 오고 싶은 강릉.
이제는 곁에 없는 누군가를 추억하며 걷던 시간들.
한겨울 여행이었지만 쨍쨍한 햇볕만큼이나
따뜻하고 내 감각과 감정에 솔직할 수 있었던
나름의 진솔한 시간들이었다.
혼자 당일치기 여행 또 가야지.✌️
the end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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