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주니 관찰 일기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민대표_ 2026. 1. 2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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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감정적 대치를 한지 어느새 꽤 오래다.
너는 왜 모든 게 불만이고 언제나 짜증을 낼까. 그게 유독 엄마한테만 심한 것 같아서 어른으로서 성숙해야하는 건 알지만 너를 대하는 나도 무의식적으로 신경질적이곤 했지.

우리는 그렇게 악순환을 돌고 돌았던 거야.
그 악순환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없어. 둘다 가해자와 피해자였지. 남들이 보면 가해자는 나일 거야. 원래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부모가 보여주는 행동일테니까. 어른이고 엄마인 내가 더 많이 참고 사랑해줬어야 하는게 맞아. 그런데 짜증으로 일관하는 널 보면 난 왜 속수무책으로 변하는 걸까.

나는 왜 이정도밖에 안될까를 수없이 고민했고, 다섯 살밖에 안되는 너에게 나는 왜 이렇게까지 감정적으로 휘둘릴까 자책하며 울었어.

오늘 너가 웨건에서 잠이 들어 깨우려는데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더라. 너를 안아들고 쇼파로 갔어. 장소가 바뀌어도 피곤했는지 요지부동으로 내품에서 자던 너. 근데 나는 널 품에 안고 펑펑 울었어.

너가 그렇게 나한테 폭 안긴 지가 언제인지조차 기억이 안 나. 일방적으로 내가 안으면 그저 잠시 안겨있을 뿐이고 넌 항상 밀어내기 바빴지. 잠에 들어 힘이 쭉 빠진 너를 안고 있는데 너무 행복했어. 미치게 행복했어. 아기 때 너를 다시 안고있는 느낌이었거든.

언제부터였을까. 너를 마음대로 안아보지 못한 게. 어느새 넌 품 안에 꽉차고도 남아서 안긴 모습 조차 어색할 정도로 커버렸지. 흘러간 세월이 서글퍼서. 또 그리워서 나는 그렇게 울었나봐.

얼마 지나지않아 신나게 노래 흥얼대며 춤추던 너가 오열해서 튀어가보니 이가 함몰되고 잇몸에선 빨간 피가 흐르고 있었어. 아파서 우는 건지 놀래서 우는 건지 울음은 그치지 않았고, 나는 너를 다시 안아들고 괜찮다고 토닥이며 급하게 119를 눌렀지. 이가 흔들려 뽑아야할 것 같아 너만큼이나 나도 두려웠어. 하지만 너앞에선 의연한 척해야 했지. 무섭고 또 우는 네가 안쓰러워 몇번이나 새어나오는 눈물을 참았는지 몰라.

병원에서는 유치라 자연치유될 수는 있지만 정기검진을 해야한다고 했고 엑스레이 외 별다른 치료없이 앞으로 지켜봐야한다는 것만 고지하고 진료를 마쳤어. 그순간 꺼이꺼이 울다가 울음을 그친 너만큼이나 내 마음도 순식간에 아래로 푹 꺼졌어. 안도감이었지.

하늘이 나한테 벌주는 것 같았어. 소중한 네 아들이라고 정신 차리라고. 그리고 다친 앞니가 아파 아무것도 씹지 못하는 너를 보며 느꼈어.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너와 내가 다시 이어질 귀한 기회.

당분간 어린이집 등원시키지 않고 엄마랑 있자. 네가 받지 못한 사랑, 나를 말려 죽일 만큼 심통난 너의 지난 날을 보상해줄게. 너와 나의 오롯한 시간을 갖자. 너의 잇몸이 아물 때까지, 소중한 유치가 다시 자리를 잡을 때까지. 그렇게 우리 사이도 다시 길을 내 보자.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오늘 다시 깨달았어. 너를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걸. 부족해서 미안해. 많이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사랑하지만 뾰족한 말과 차가운 표정으로 상처줘서 미안해.
엄마가 다 미안해.

용서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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