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열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급했지만 필요한 준비물은 꼼꼼하게 그리고 넉넉하게 챙겼다.
응급실에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아무리 바빠도 우리 아들맘마랑 기저귀는 여유있게 챙겨가야지.
아기 응급실 준비물
1. 기저귀 7장
2. 여벌옷 2벌
3. 물티슈 1팩
4. 분유
5. 분유 탈 물+텀블러
6. 젖병
7. 손수건 10장
8. 아기수첩
9. 쪽쪽이
10. 휴대폰 충전기
아산병원 소아 응급실행
집에서 출발한지 20분 후 아산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에 도착했다.
응급실에는 다행히 병상이 남아있었다. ** 퇴원하면서 알게됐는데 아산병원 응급실은 종종 병상이 모자라 심각한 중증 환자가 아니면 받지 않거나 대기 시간이 한두 시간 이상으로 길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아이가 아픈데 진료를 바로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꼭 미리 전화해보고 방문하길 추천한다.
응급 진료 수속을 밟기 위해 차를 정차하고, 대기실에서 키오스크로 문진표를 작성했다.
보호자 1명만 동반입실이 가능했다. 대신 상주 보호자를 중간에 교체할 순 있다고 한다.
나도 37.5도가 넘는 고열이 있었기 때문에, 나 대신 남편 J가 아이를 안고 입실했다.
생각지 못하게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들어갔지만, 다녀온 남편 말로는 응급실에는 아빠가 들어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아기를 안고 무거운 기저귀 가방까지 든 채로 수속 밟는데, 엄마가 데리고 들어갔으면 힘에 부쳤을 거라고.
민이는 열이 있어서 음압격리실에서 대기했다. 개인병실처럼 아기 이동침대에 아이를 눕히고 보호자는 옆에 앉아 지켜보며 진료를 기다릴 수 있었다. 아산 소아 응급실의 기나긴 대기 시간에 아이가 누워있을 수 있어서 어찌나 다행이던지..
간호사가 들어와 혈압, 맥박, 체온을 측정하고 아기 상태에 대해 간단하게 물었다.
아이의 체온은 어느새 38.5도. 집에서 열 내려보겠다며 더 지체하지 않고, 응급실로 바로 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그 다음은 악명 높은 수액 시간이었다.
이렇게 작은 아이들은 혈관 찾기가 쉽지 않다. 아이의 빠른 성장속도에 맞춰 혈관이 자라나지 못해 혈관이 잘 안 보이는 거라고 한다. 간호사는 혈관을 찾느라 아이의 손발을 있는 힘껏 여러차례 눌렀다. 그래도 혈관이 잘 보이지 않아 수액바늘을 세 번을 찌르고 나서야 수액을 맞출 수 있었다. 혈관 찾는 동안 아빠 J는 아이가 움직이지 않도록 손발을 꼭 잡고 있었는데, 아들은 아프고 괴로워서 악악 소리 지르며 울어댔다고 한다. 미치게 가슴 아팠다. 맴찢..
내가 들어갔으면 아들 안쓰러워서 눈물바다였을 거라고..
수액을 꽂은 손은 멍이 들었다.
수액을 꽂으려던 발에는 뽀로로 밴드가 붙어있었다.
응급실에 오면 대기의 연속이다.
임신하고 코로나 걸려 대학병원 응급실갔다가 느려터진 진료와 검사에 혀를 내둘렀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X-ray, 혈액검사를 진행하면 결과를 받고 의사를 만나는데는 몇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소변검사는 아이가 소변을 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아이가 오랫동안 소변을 안 보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소변 검사를 위해서라도 분유와 물을 꼭 챙겨야 한다. 우리 아들도 네 시간이 지났는데도 소변을 보지 않아 간호사가 수유를 한밤중에 수유를 하라고 했다. 그제서야 소변이 나와 소변검사를 할 수 있었다.
8시에 도착했는데 검사 결과를 받아본 시간은 새벽 1시 반이었다.
다행히 모든 결과가 정상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아들 걱정에 주차장과 병동 지하를 전전하며 하염없이 대기하고 있었다. 남편과 영상통화를 하며 수시로 아들 상태를 확인했다. 한 겨울 옥외 주차장은 너무 추웠다. 결국 중간에 신관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다시 했다. 그러고 신관 병동 지하에 들어가 이리저리 배회했다. 최소한 몸은 녹일 수 있어 좋았다.
의사는 수액을 다 맞으면, 코로나 검사 후 귀가하라고 했다.
병원에서도 더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고 집에 있으나 병원에 있으나 다를 게 없으니, 해열제 처방받아서 집에서 아이를 케어하며 지켜보라고 했다. 차도를 지켜보다 3일이 지났는데도 열이 40도가 넘으면 그때 다시 내원하라고.
병상이 부족해서 중증환자가 아니면 급하게 퇴실 시키는 듯했다.
새벽 2시. 드디어 수액을 다 맞췄다. 아이의 체온은 37.4도.
해열제를 처방해준다면서, 대학병원 응급실은 해열제 조차 바로 처방되지 않았다. 처방 받는데 1시간 반이 걸린다고.. 그 흔하디 흔한 해열제를..
결국 남편이 나와 아이를 집에 데려다주고, 그 새벽에 다시 한번 아산병원에 다녀왔다.
동네 소아과 코로나 대면 진료
다음날 오전, 아이 코로나 확진을 받았고 코로나로 인한 고열이었다는 게 판명되었다.
코로나 확진 문자 받고 안쓰럽고 미안해서 아들을 쓰다듬으며 계속 눈물 흘렸다. 이 작디작은 아가가 얼마나 아플까.
엄마, 아빠가 조금만 더 조심했으면, 안일하게 행동하지 않았다면, 집에 누군가를 초대하거나 들이지 않았다면,
우리 아들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았을텐데...
아이가 아프니 우리는 자연스레 자책을 하고 있었다.
아이는 여전히 칭얼대고 보채고 울었다. 아프니 평소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래도 그렇게 아픈 와중에도 먹는 건 잘 먹어줬다. 쭉쭉 분유를 들이킬 때마다 얼마나 예쁘던지.
정말 다행인 점은 아들이 시간이 갈수록 기운을 되찾는 게 보였다는 것이다.
해열제를 먹이니 열도 37.5-6도로 미열 수준에서 머물렀다.
한숨 돌리나 했더니, 다음날 코로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가 숨쉬기 힘들 정도로 막히고, 가래가 그릉그릉 끓는 소리가 났다.
아가라 가래를 뱉을 수도 없고, 얼마나 답답할까.
결국 소아과 코로나 대면 진료를 예약했다.
진료를 받아보니 목 안쪽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아기가 어려서 말을 못할 뿐이지, 성인들과 똑같이 아기도 목이 많이 아플 거라고 했다.
점점 목이 쉬어가는 게 보였다. 가엾은 아들래미..
그래도 위안이 되었던 건, 이렇게 어린 아기는 코로나 걸려도 엄마 뱃속에서 면역력을 받아 나와서 어른보다 오히려 금방 나을 거라 했던 의사 선생님 말씀이다.
코막힘과 가래는 거의 2주동안 지속됐다.
매일 저녁 노시부로 코를 빼주지 않으면, 잠에 깊게 들지 못했다.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두번 노시부로 코를 뚫어주는 게 일상이 되었다.
가래와 코막힘 약을 5일치 처방받았는데 그중 3일치만 먹었다. 먹어도 호전되지 않아서 열심히 먹이지 않았다.
어차피 증상치료라 결국엔 우리 아들 면역으로 이겨내야 할 문제였다.
2주 지난 지금, 정상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한 듯하다.
100일도 안 된 아기가 코로나에 걸려 고열로 응급실도 다녀오다니.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처음 나는 열이라 더 안절부절 못했던 것 같다.
마음 고생했는데 이제 다 나아서, 아기가 코로나나 독감에 걸려 마음 졸이고 있을 엄마, 아빠를 위해 포스팅을 올려본다.
다들 힘내세요!
아기는 생각보다 강합니다. 금방 나을 거예요 :)
https://mingjam.tistory.com/35
신생아가 코로나 걸렸어요 (feat. 119 응급의료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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